[] [로톡뉴스] [단독] 자기가 친 공에 맞아 피투성이된 캐디 보고도⋯18번홀 끝까지 라운딩 돈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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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1-03-24본문
https://news.lawtalk.co.kr/3321?ba2=a
초보 골퍼의 풀스윙이 낳은 끔찍한 사고
피투성이로 쓰러졌지만⋯"신고도 안 하고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는 목격담
피해자 대리 황성현 변호사 "골퍼가 캐디를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지 않아"
지난달 14일, 경남의 한 골프장. 손님 A씨가 친 공이 페널티 구역(해저드)에 빠졌다. 공이 빨간 말뚝을 넘은 것을 확인한 경기 보조원(캐디) B씨는 외쳤다.
"고객님, 해저드에요. (다음 샷은) 가서 칠게요!"
골프 규칙상 공이 빠진 지점으로 '이동'해서 다음 샷을 쳐야 한다는 취지였다. 실제 대한골프협회도 같은 내용의 규칙을 밝히고 있다. 이런 경우 '제자리'에서 공을 다시 친다는 건, 골퍼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에 없다.
캐디 B씨의 안내를 들은 A씨도 "가서 치겠다"고 답했다. 그 말을 듣고 B씨는 다음 샷 준비를 위해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서 뒤를 돌아본 그 순간, 끔찍한 사고가 벌어졌다.
자신의 공에 맞아 피투성이 된 채 쓰러졌지만⋯그는 끝까지 골프를 쳤다
골프공이 B씨의 눈 사이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가서 치겠다"던 A씨가 말도 없이 제자리에서 새로운 공을 꺼내 풀스윙을 했기 때문이다. 이때 A씨와 B씨 사이의 거리는 불과 10m.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생크 샷(Shank shot⋅공이 골프채의 가장 자리에 빗맞는 미스샷)이 나면서 골프공이 B씨 얼굴을 향했다. 공에 정통으로 맞은 B씨는 구급차에 실려갔다.
부상 정도는 심각했다. 코 주변 살점이 절반 가까이 떨어져 나갔고, 코 뼈는 부러졌다. 의료진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B씨에게 "평생 흉터는 불가피하고, 눈의 경우 앞으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실명이 될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도 이어졌다.
편집자주
피해자가 입은 상처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피해자 측의 동의를 받아 사진을 모자이크해서 기사에 포함했습니다.
피해자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황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확신)는 "무엇보다도 사고 직후 A씨의 행동이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사고 당시 A씨는 자신 때문에 피투성이가 돼 쓰러진 B씨를 그냥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었다.
A씨는 지난 3일 이날 사건에 대한 입장을 로톡뉴스와 통화에서 밝혔다. 그는 "당황스러워서 그랬던 것"이라며 "마음이 순간적으로 멍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 대리인 황 변호사에 따르면 B씨가 구급차에 이송될 수 있었던 건, 뒤에 따라오던 다른 팀 캐디가 사고 현장을 보고 다급히 무전을 친 덕분이었다.
심지어 그는 실려가는 피해자를 보고도 골프를 계속 쳤다. 황 변호사는 "A씨는 B씨가 구급차에 실려가는 것을 보고도 병원에 동행하거나, 피해자의 연락처를 물어보지도 않았다"며 "오히려 남아있던 홀(18홀 중 10홀) 라운딩을 끝까지 돌았다"고 전했다. 그리고 해당 사고는 전혀 없던 일처럼 서로 웃고 떠들며 골프를 즐겼다고 했다.
A씨도 당시 "병원에 동행하지 않았고, 끝까지 라운딩을 돌았던 건 맞는다"고 로톡뉴스와 통화에서 인정했다. 다만 "응급조치를 했고, 119 신고를 한 것도 본인"이라며 "골프장 관계자, 119 구급 대원과 통화하며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다.
웃고 떠들고 있었던 게 아니라 나름의 조치를 다 했다는 취지였다.
"500만원이면 되지 않냐, 적당히 하고 마무리하자" 변호사에 연락해 와
"500만원이면 되지 않냐. 적당히 하고 마무리하자."
황 변호사가 "사고 이틀 뒤에서야 A씨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한 연락이다.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사실을 알고 뒤늦게 한 연락이었다. 황 변호사는 "이제는 사과도 필요 없다"며 "A씨에 대한 엄벌만이 피해자의 응어리진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말과 함께 A씨를 형법상 과실치상으로 고소했다.
A씨가 경기 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과실(실수)로, 피해자 B씨를 다치게 했다는 취지다. 실제 우리 법은 고의 뿐 아니라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도 처벌하고 있다. 사람을 다치게 한 만큼 실수라도 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어차피 벌금형 나올 거 안다"면서도 변호사가 그를 고소한 이유
기자는 "피해자가 사과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이유로 추정되는 게 있는지"를 황 변호사에게 물었다.
그는 "실제 이런 일이 벌어져도 고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골프장은 손님과의 법적 분쟁을 꺼리고,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캐디를 위한 제대로 된 보험처리 매뉴얼도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답했다. 캐디가 피해를 입더라도, 상대적으로 약자의 지위에 놓인다는 취지였다.
황 변호사는 "어차피 벌금형밖에 안 나올 걸 안다"면서도 이 사건을 수임료를 받지 않고, 공익 소송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선시키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건은 골퍼가 5시간 내내 자신을 보조하는 캐디를 동등한 인격체이자, 동반자로 여기지도 않은 사건입니다.
'돈만 있으면 골프 칠 수 있다'는 식의 무책임한 골퍼들을 골프계에서 추방하고, 제2⋅제3의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초보 골퍼의 풀스윙이 낳은 끔찍한 사고
피투성이로 쓰러졌지만⋯"신고도 안 하고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는 목격담
피해자 대리 황성현 변호사 "골퍼가 캐디를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지 않아"
지난달 14일, 경남의 한 골프장. 손님 A씨가 친 공이 페널티 구역(해저드)에 빠졌다. 공이 빨간 말뚝을 넘은 것을 확인한 경기 보조원(캐디) B씨는 외쳤다.
"고객님, 해저드에요. (다음 샷은) 가서 칠게요!"
골프 규칙상 공이 빠진 지점으로 '이동'해서 다음 샷을 쳐야 한다는 취지였다. 실제 대한골프협회도 같은 내용의 규칙을 밝히고 있다. 이런 경우 '제자리'에서 공을 다시 친다는 건, 골퍼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에 없다.
캐디 B씨의 안내를 들은 A씨도 "가서 치겠다"고 답했다. 그 말을 듣고 B씨는 다음 샷 준비를 위해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서 뒤를 돌아본 그 순간, 끔찍한 사고가 벌어졌다.
자신의 공에 맞아 피투성이 된 채 쓰러졌지만⋯그는 끝까지 골프를 쳤다
골프공이 B씨의 눈 사이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가서 치겠다"던 A씨가 말도 없이 제자리에서 새로운 공을 꺼내 풀스윙을 했기 때문이다. 이때 A씨와 B씨 사이의 거리는 불과 10m.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생크 샷(Shank shot⋅공이 골프채의 가장 자리에 빗맞는 미스샷)이 나면서 골프공이 B씨 얼굴을 향했다. 공에 정통으로 맞은 B씨는 구급차에 실려갔다.
부상 정도는 심각했다. 코 주변 살점이 절반 가까이 떨어져 나갔고, 코 뼈는 부러졌다. 의료진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B씨에게 "평생 흉터는 불가피하고, 눈의 경우 앞으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실명이 될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도 이어졌다.
편집자주
피해자가 입은 상처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피해자 측의 동의를 받아 사진을 모자이크해서 기사에 포함했습니다.
피해자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황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확신)는 "무엇보다도 사고 직후 A씨의 행동이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사고 당시 A씨는 자신 때문에 피투성이가 돼 쓰러진 B씨를 그냥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었다.
A씨는 지난 3일 이날 사건에 대한 입장을 로톡뉴스와 통화에서 밝혔다. 그는 "당황스러워서 그랬던 것"이라며 "마음이 순간적으로 멍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 대리인 황 변호사에 따르면 B씨가 구급차에 이송될 수 있었던 건, 뒤에 따라오던 다른 팀 캐디가 사고 현장을 보고 다급히 무전을 친 덕분이었다.
심지어 그는 실려가는 피해자를 보고도 골프를 계속 쳤다. 황 변호사는 "A씨는 B씨가 구급차에 실려가는 것을 보고도 병원에 동행하거나, 피해자의 연락처를 물어보지도 않았다"며 "오히려 남아있던 홀(18홀 중 10홀) 라운딩을 끝까지 돌았다"고 전했다. 그리고 해당 사고는 전혀 없던 일처럼 서로 웃고 떠들며 골프를 즐겼다고 했다.
A씨도 당시 "병원에 동행하지 않았고, 끝까지 라운딩을 돌았던 건 맞는다"고 로톡뉴스와 통화에서 인정했다. 다만 "응급조치를 했고, 119 신고를 한 것도 본인"이라며 "골프장 관계자, 119 구급 대원과 통화하며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다.
웃고 떠들고 있었던 게 아니라 나름의 조치를 다 했다는 취지였다.
"500만원이면 되지 않냐, 적당히 하고 마무리하자" 변호사에 연락해 와
"500만원이면 되지 않냐. 적당히 하고 마무리하자."
황 변호사가 "사고 이틀 뒤에서야 A씨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한 연락이다.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사실을 알고 뒤늦게 한 연락이었다. 황 변호사는 "이제는 사과도 필요 없다"며 "A씨에 대한 엄벌만이 피해자의 응어리진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말과 함께 A씨를 형법상 과실치상으로 고소했다.
A씨가 경기 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과실(실수)로, 피해자 B씨를 다치게 했다는 취지다. 실제 우리 법은 고의 뿐 아니라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도 처벌하고 있다. 사람을 다치게 한 만큼 실수라도 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어차피 벌금형 나올 거 안다"면서도 변호사가 그를 고소한 이유
기자는 "피해자가 사과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이유로 추정되는 게 있는지"를 황 변호사에게 물었다.
그는 "실제 이런 일이 벌어져도 고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골프장은 손님과의 법적 분쟁을 꺼리고,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캐디를 위한 제대로 된 보험처리 매뉴얼도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답했다. 캐디가 피해를 입더라도, 상대적으로 약자의 지위에 놓인다는 취지였다.
황 변호사는 "어차피 벌금형밖에 안 나올 걸 안다"면서도 이 사건을 수임료를 받지 않고, 공익 소송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선시키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건은 골퍼가 5시간 내내 자신을 보조하는 캐디를 동등한 인격체이자, 동반자로 여기지도 않은 사건입니다.
'돈만 있으면 골프 칠 수 있다'는 식의 무책임한 골퍼들을 골프계에서 추방하고, 제2⋅제3의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