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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 영상]캐디 '피범벅' 됐는데…18홀 다 돈 죽마고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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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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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52/0001573429

6년째 캐디로 일해온 김서희 씨(가명, 30살)는 지난 2월 14일, 경남 의령군 골프장에서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중학교 동창 사이인 중년 남성 4명의 경기를 보조하다 골프공에 얼굴을 강타당한 것이다.

서희 씨는 코뼈가 부러지고 미간 살점이 크게 찢어져 피투성이째로 부산 대학병원으로 급히 후송됐다.

그런데도 모든 상황을 지켜본 가해자 일행은 라운딩을 끝내거나 병원에 동행하지 않았다.

사고 후 3시간 동안 나머지 10홀에서 게임을 이어가 18홀을 모두 마친 것이다.

가해자 김 씨가 서희 씨의 병원에 찾아온 것은 이틀이 지난 후였다.

본인 실수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것 치고는 너무나도 태연자약했다.

당시 가해자 김 씨는 '공이 해저드에 빠졌으니, 앞으로 이동한 뒤 다음 샷을 쳐라'는 서희 씨 안내를 듣고도 아무 경고 없이 풀스윙을 날렸다. 서희 씨는 불과 10미터 앞에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

제작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김 씨는 "형사고발이 돼있는 상황이라 자세한 답변은 어렵다"면서도 "피해자의 연락처를 다음 날 알게 됐고, 그 다음 날 병문안을 갔다"고 답했다.

"미스샷이 나서 사고가 났는데 그걸 죽일 놈을 만들어서…이제는 경찰서 가서 조사 받고, 법에서 정하는대로 할 거고, 너무 힘들어서 더 얘기할 게 없어요. 이제 좀 조용해지려니까 어떻게 하시려나 모르겠는데, 지금 좀 조용히 있고 싶어요.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아서 안 그래도 잠도 잘 못 자는데…"

-가해자 김 씨

당시 함께 골프를 쳤던 일행 3명은 김 씨의 40년 지기 친구들로, 현직 의사와 장례식장 대표, 전직 씨름 선수 등이다.

이들 역시 김 씨와 비슷한 입장이었다.

"제가 하나 더 치라고 해서 쳤어요. 그러고 앞에 나가 있었는데, 뒤에서 '악' 소리가 나더라고요. 뒤돌아서 가보니까 한 친구가 지혈을 하고, 김 씨(가해자)가 전화를 하고 있었고. …(중략)… 골프장에서 어떻게 하라는 모션을 안 해서 그랬는지 어땠는지, 저희도 어떻게 해야 될 지를 몰랐는데, 골프장에서 캐디가 와서 그래서 (게임이) 진행된 거라고 생각해요."

- 장례식장 대표 A씨

"경기 룰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응급처치는 제가 하고 있었는데, 골프장에서 차 한 대가 왔더라고요. 정신 없는데, (새로운) 캐디가 와 있고, 그러다가 실질적으로 갈 수 있는 상황, 그런 건 아니잖아요. …(중략)… 골프장에서 어떻게 하라는 얘기도 없었고, 우리가 안 하겠다는 얘기도 없었고, 그러다보니까 그렇게 된 거예요."
- 현직 의사 B씨

그러나 골프장 측은 "18홀을 다 돈 다음에 캐디분을 찾아가겠다고 해서 저희로서는 강압적으로 그분한테 나가라고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가해자 김 씨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희 씨를 마주한 병문안 자리에서도 '상처'가 되는 말들을 이어갔다.

"나도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이야, 이거 큰일났네' 싶어서 그때부터 막 내 자신이 멍해져버렸어요. 뭐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고…(중략)…그때 대처를 현명하게 하지 못해서 서희 씨한테 상처를 줬던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선 미안하게 생각하고,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이해해주시고..."
- 가해자 김 씨, 병문안 당시 녹취록 중

가해자의 뒤늦은 사과에도, 서희 씨는 오히려 이날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졌다.

가해자 친구 : "근데 너무 그렇게, 시력이 뭐 어떻게 된다,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피해자 : "그렇게 말씀하시면… 다쳐보고 얘기하셔야죠."
가해자 친구 : "그렇게 얘기하면, 왜냐하면, 제가 시력이 아주 가겠네요, 그렇게 말할 순 없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슬픈…너무 비관적으로 얘기하시지 말란 얘기죠."

<가해자 병문안 녹취록 중>

서희 씨는 다행히 실명 위기는 넘겼지만, 여전히 정기적인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부러진 코뼈는 온전히 붙지 않았고, 얼굴에 남은 흉터도 얼마나 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치료비는 모두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의령경찰서는 가해자 김 씨를 과실치상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현행법상 과실치상은 최고형이 벌금 5백만 원이다.

피해자 대리인 황성현 변호사는 "사람이 가까이 있는 데서는 공을 안 치는 게 기본 매너인데, 그걸 깼기 때문에 엄벌 차원에서라도 단순 과실보다는 중과실치상으로 처벌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피범벅이 된 피해자를 보고도 병원에 따라가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다는 데서 공분을 일으킬 만한 사건으로, 이 일을 접한 많은 분들이 탄원서를 보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희 옷이 피에 젖어서 흥건해질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는데, 그걸 보고도 그분들은 끝까지 라운딩을 돌더라고요. 누군가의 딸이고, 소중한 사람인데 어쩜 그렇게 막 대할 수가 있는지… 그날 너무 속상해서 잠도 못 잤어요."
-사고 목격한 동료 캐디 김수진(가명) 씨

"저희는 원활한 경기를 위한 보조원이에요. 그런데 저희 안내를 무시하고 치는 골퍼들이 정말 많아요. 이번 사고도 그랬고요. 사고 직후 일행들이 보여준 처사는 말할 것도 없죠. 골프는 위험한 스포츠예요. 제발 기본 매너와 상식을 갖추고, 캐디를 잘 따라줬으면 좋겠어요."
-동료 캐디 전혜영(가명) 씨

캐디 일을 시작한 후 하루도 빠짐없이 열정적으로 임한 지 5년이 넘은 서희 씨는 일터로 돌아가는 게 아직은 겁이 난다.

"평소 사람 만나길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이라 캐디 일이 잘 맞았거든요. 일을 하고는 싶은데, 또 그렇게 될까봐 겁도 나요.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다독이면서도 계속 사고 순간이 떠오르니까…제가 캐디가 아니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요? 자기 지인이나 가족이었어도 그렇게 했을 건지 묻고 싶어요."
-피해자 김서희(가명) 씨

'제보이거실화냐' 이번 편에서는 피범벅 된 캐디를 두고, 18홀 다 돈 가해자 일행을 취재했다.